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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소송

식물인간 상태인 부부 일방이 이혼소송을 할 수 있을까? - 후견인이혼청구.도봉구이혼전문변호사 -

 

 

결혼을 당사자 의사대로 결정할 수 있듯, 이혼도 마찬가지입니다.

양 당사자 사이의 협의에 의해서든, 일방 당사자의 청구에 의한 재판 판결에 의해서든

당사자의 의사가 표명이 돼야 합니다.

그렇다면 식물인간 상태인 부부 일방이 이혼소송을 낼 수 있을까.

후견인이 의사무능력 상태에 있는 피후견인을 대리해 의사무능력자의 배우자를 상대로

재판상 이혼을 할 수 있는지 등을 다룬 대법원 판결(2010년 4월29일 선고, 대법원 2009므639)이 있습니다.

A씨는 1986년 남편과 혼인신고를 마치고 2명의 자녀를 뒀습니다.

결혼 생활이 지속되던 중인 1995년 A씨의 시아버지인 B씨는 자동판매기 제조·판매업체를 세웠고

2004년에는 A씨의 남편이 이 회사의 지분 50.3%를 취득한 대표이사로 취임했습니다.

문제는 2005년 8월쯤 A씨의 남편이 알 수 없는 뇌질환으로 쓰러졌고

전국 곳곳의 대형 병원을 전전했으나 건강 상태가 날로 악화된 데서 비롯됐습니다.

A씨의 남편은 결국 간질과 결핵, 괴사성 췌장염, 당뇨 및 상세 불명의 뇌병증 등으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의식 불명의 상태가 됐습니다.

2008년부터는 원래 살던 곳 근처의 요양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게 됐습니다.

남편이 식물인간 상태가 돼 버린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05년 12월쯤 A씨는

시아버지 B씨가 설립하고 남편이 소유한 자판기 제조사의 지분 50.3%를 넘겨받아

남편에 이어 새로운 대표이사로 취임했습니다.

회사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시아버지 B씨의 양해를 받아

지분 명의를 남편에게서 자신에게로 넘긴 것이었습니다.

A씨는 회사를 운영하면서도 때때로 큰 자식과 번갈아가며

식물인간 상태로 회복가능성이 없는 남편의 곁을 지키며 간호를 했습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A씨도 외롭고 힘이 들었기 때문일까.

남편이 쓰러진지 1년여가 지난 2006년 9월 어느 날 A씨는 회사 직원 한 명과 시내 한 모텔에서 투숙하다가

시댁 가족들에게 발각됐습니다.

시댁과 A씨와의 사이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시댁 측은 A씨 남편을 금치산자(당시만 해도 성년 후견인제가 없었다)로 하고,

그 후견인을 A씨에서 시댁 가족으로 바꿨습니다.

A씨를 자판기 회사의 대표에서 쫓아내기 위한 소송,

A씨가 남편 지분을 넘겨받는 과정에서 부적법한 절차를 밟은 데 대한 형사고발,

A씨에 대한 간통죄 고발(당시에는 간통죄가 여전히 남아있었을 때였다) 등이 잇따랐습니다.

아울러 A씨와 그 남편을 이혼시키기 위한 시댁 가족들의 움직임도 본격화됐습니다.

이 판례는 바로 이 시댁 가족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비롯됐습니다.

B씨 등은 A씨가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 점,

남편이 보유한 지분을 부적법한 절차로 넘겨받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어 남편 명의로 이혼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에서는 B씨, 즉 시댁 측 주장이 모두 받아들여져 A씨 부부가 이혼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2심에서는 판결이 뒤집혔습니다.

2심 재판부는 "민법이 규정한 재판상 이혼사유 중 하나인 배우자에 대한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경우

상대방 배우자가 이혼을 원하는 한 그 사유만으로도 재판상 이혼사유가 된다"면서도

"의사능력이 없는 금치산자의 후견인이 친족회의 동의를 얻어 금치산자를 대리해 재판상 이혼이 인정되려면

금치산자 본인이 재판상 이혼을 원한다고 추정할 만한 객관적 사정이 있어야 한다"고 봤습니다.

또 A씨가 과거 회사 직원과 간통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A씨 부부가 이혼해야 한다는 B씨 등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 근거로 △시댁 측이 A씨의 면회를 거부하기 전까지 A씨가 회사 경영도 열심히 하며

자녀들을 길러온 데다 남편을 지속적으로 돌봐온 사실이 인정된다는 점

△남편 지분을 넘겨받는 과정에서 주식 양수도 계약서를 위조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회사의 정상 운영을 위해 B씨의 양해를 얻은 데 따른 것이라는 점

△남편이 회복될 가능성이 없었던 상태였던 A씨가 40대 나이로

성적인 감정을 속일 수만은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부정한 행위가 1회에 그쳤을 뿐 지속적으로 남자들을 만나면서

부정행위를 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 등을 들었습니다.

B씨 등 시댁 측이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도 2심과 판단을 같이 했습니다.

금치산자가 실제로도 이혼을 원할 것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의사를 추정하는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당해 이혼사유의 성질과 정도를 중심으로

△금치산자 본인의 결혼관 내지 평소 일상생활을 통해 가족, 친구 등에게 한 이혼에 관련된 의사표현

△금치산자가 의사능력을 상실하기 전까지 혼인생활의 순탄 정도와 부부간의 갈등해소방식

△혼인생활의 기간 △금치산자의 나이·신체·건강상태와 간병의 필요성 및 그 정도

△이혼사유 발생 이후 배우자가 취한 반성적 태도나 가족관계의 유지를 위한 구체적 노력의 유무

△금치산자의 보유 재산에 관한 배우자의 부당한 관리·처분 여하

△자녀들의 이혼에 관한 의견 등의 제반 사정을 종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원심에서 인정한 각종 사실관계를 수긍하는 동시에

"A씨 남편의 현재 건강상태와 간병의 필요성, 혼인 기간, 자녀들의 부모의 이혼에 대한 의견 등을 종합해 볼 때

A씨 남편의 이혼의사를 추정할 수 있는 객관적 사정이 부족하다고 본 원심 판단은 수긍할 수 있다"며

"B씨 측 상고주장처럼 이혼의사에 관한 경험칙 위반의 잘못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B씨 등 시댁 가족들이 A씨 남편 명의로 이혼소송을 제기할 수는 있지만

그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재판상 이혼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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